드디어 Ruby Rogues 팟캐스트의 모든 에피소드를 완주했습니다. 에피소드마다 1시간 정도 분량인데 현재 시점에서 총 283개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올해 초에 구독을 시작했으니 매일 한 시간은 Ruby Rogues를 듣고 있었던 셈이네요. 이젠 호스트인 Chuck Maxwood나 자주 등장한 패널들의 목소리나 웃음소리가 머리 속에서 자동으로 재생이 되는 수준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팟캐스트를 만들고, 벌써 5년도 넘게 이어나가고 있는 Chuck, 패널들, 게스트들, 그리고 스태프에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정말 이 팟캐스트가 제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그리고 제가 얼마나 고맙게 느끼는지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저는 직장에서 독학하면서 루비 온 레일즈로 개발을 해야 했었습니다. 제대로 공부할 여유도 없었고, 이끌어줄 선배 개발자도 없었죠. 좋은 책과 블로그 포스트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지만, 그런 자료는 특정한 기술이나 이론을 가르치는 것에만 집중할 뿐이었습니다. 뭔가 모자랐죠. 뭘 어떻게 해야할지도 몰랐고, 뭔가 더 필요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결국 그게 뭔지는 알아낼 방법도 없었습니다.

Ruby Rogues 팟캐스트를 듣기 시작한 후에야 제게 뭐가 필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갈구하던 것은 컴퓨터 과학과 소프트웨어 산업 전반을 보다 넓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이었습니다. 코드의 정글 속에서 길을 잃고 헤메고 있었는데, 이제 팟캐스트 덕분에 상공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전반의 지리와 역사를 알게 된 느낌입니다.

Ruby Rogues는 저랑 여러가지 이유로 정말 잘 맞았습니다. 제가 쓰고 있던 루비에 대한 내용이라 패널들과 게스트의 경험이나 고민에 대해서 공감하기 쉬웠죠. 그리고 출연진 모두가 친절하면서도 열정적인 태도를 보여서 다가가기 쉬웠습니다.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아 이 사람들은 정말 루비와 루비 프로그래머들을 진심으로 신경쓰고 있구나하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DHH가 나왔던 에피소드 하나만 제외하면 말이죠. 정말 열정적인건 맞는데 그다지 친절하지는 않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패널과 게스트 덕분에 여러가지 사안에 대해 다채로운 관점에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도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루비에 대한 기술적인 논의, 컴퓨터 과학 전반에 대한 이야기, 채용 및 조직 문화, 개발 방법론 등의 주제가 저에게 아주 적절한 비율로 섞여 있습니다.

아직도 길을 잃고 헤멜 때가 많고, 정말 개발 실력이 쓰레기라고 좌절할 때도 많습니다만, Ruby Rogues 덕분에 이제 내가 어디쯤 있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어떻게 가야할지, 그리고 도착했을 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알게되었습니다. 정말 오래오래 감사해야 할 은혜입니다.

Chuck, 패널, 게스트들에게 정말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감사를 드립니다.